지위놀이와 페르소나 -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


‘페르소나(Persona)’는 쉽지 않은 용어이다. 사전적 의미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쉬운 표현은 ‘가면’ 정도일 것이다.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심리학이나 마케팅 관련 용어로도 많이 사용된다.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페르소나는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개인의 외적인 성격’을 의미하는데, 인간은 수많은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사용해서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어쩌면 페르소나는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페르소나의 관점대로라면 우리는 매일 서로의 가면을 통해 상대방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페르소나의 틀에서만 이해하고 해석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SNS) 같은 온라인상에서의 관계에 페르소나 개념을 적용하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소셜 네트워크의 관계에서는 실제의 자신과 네트워크 상에서의 자신을 어떻게 구별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페르소나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블로그 같은 소셜 미디어에 접근하면 이런 고민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 된다.

페르소나의 개념을 잘 이해하면 일상의 대인관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독일의 연극 연출가이자 저자인 톰 슈미트는 가면극을 하는 배우들이 연극 중에 보이는 현상에 주목하여 ‘지위놀이(Status-Spiele)’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가면극에 몰입한 배우가 본래의 자아를 잊어버리고 자신이 쓴 가면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한 톰 슈미트는 자신의 책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에서 이 현상을 인간관계에 도입했다. 가면 대신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지고 있는 일정한 지위를 바탕으로 ‘지위놀이’라는 대인관계의 기술을 정리한 것이다.

지위놀이의 개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가지 지위 유형에만 익숙하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가 갑자기 친절하게 행동하려고 하면 본인뿐 아니라 주위 가족들 모두가 당황하고 어색함을 느낀다. 사람은 익숙한 한 가지 지위 유형이 무의식적으로 정해지면 그 지위 유형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톰 슈미트는 [내 지위는 내가 결정합니다]에서 말한다. 다른 지위 유형의 사람이 되고 싶어도 어색하고 이상해서 잘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면을 쓴 배우가 자연스럽게 가면에 맞는 연기를 하듯, 자신의 지위 유형을 바꾸는 데 익숙해지면 평소 무뚝뚝한 사람도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에 따라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톰 슈미트의 주장이다.

지위놀이의 개념은 페르소나의 개념과 비슷하다. 페르소나와 지위놀이의 개념을 잘 이해하면 힘든 인간관계를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부모이면서 누군가의 자녀이고, 누군가의 직장 상사이면서 누군가의 부하 직원이다. 누군가에게는 화를 내고 누군가에게는 다정하다. 여러 유형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기도 하고 한없이 베푸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역할들을 ‘나’라는 한 사람의 배우가 잘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지위놀이와 페르소나의 개념은 매일 인간관계의 복잡한 상황을 다뤄야 하는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준다. © statussk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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